동강東江 권오창 화백, 국립대구박물관에 복식 인물화 기증
전통 복식 회화의 대가, 문화유산 공유를 실천하다
국립대구박물관(관장 김규동)은 전통 인물화의 대가 동강東江 권오창 화백의 작품 155건 168점을 기증받았다. 권오창 화백은 1990년대부터 우리나라 전통 궁중회화에 매진하여 많은 작품을 그렸다. 그의 작품들은 <조선시대 복식과 초상전>(1990), <조선시대 궁중복식 회화전>(1999), <조선시대 우리옷 그림전>(2010), <전통 어린이 복식 회화전>(2022) 등을 통해 소개된 바 있다.
치밀한 고증으로 되살린 전통 복식
권오창 화백은 표준영정 분야의 대표적인 작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표준영정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표준영정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위인의 모습을 역사적 고증에 기반해 표준화한 초상화를 말한다. 권 화백은 현재까지 지정된 100점의 표준영정 가운데 17점을 그려낸 이 분야의 대가로, 1992년 설총의 영정을 시작으로 김부식, 정도전, 강수, 백제 성왕, 맹사성, 단종 등 다양한 인물의 모습을 화폭에 담아왔다.
그는 인물의 용모뿐만 아니라 해당 시대의 복식을 정확하게 재현하는 것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겼다. 이를 위해 역사와 제도, 복식에 관한 연구 성과는 물론 각종 실물자료까지 직접 찾아가며 고증을 거듭했다. 그 결과 한 인물의 초상에 그가 살았던 시대의 분위기와 문화까지 함께 담아내고자 하는 예술적 집념이 고스란히 담긴 작업이 이어져 왔다.
섬세하게 표현한 어린이 복식
이번에 기증된 작품 중 이목을 끄는 것은 전통 어린이 복식이다. 이 작품들은 권오창 화백이 「전통 어린이 복식화」 전시를 위해 2001년부터 제작한 것으로, 각 박물관에 흩어져 있는 실물 복식자료와 근현대 사진 자료를 바탕으로 고증을 거쳐 완성되었다.
권 화백은 동일한 복식을 앞모습, 옆모습, 뒷모습까지 나누어 묘사한 작품들을 다수 제작했다. 복식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인들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함이다. 실제 존재하는 복식을 입은 어린이의 생동감 있는 표정을 담아내기 위해 연령대별 아이들의 얼굴과 몸짓을 오랜 시간 관찰하며 그림에 담아내었다.
특히 어린이 복식 작품 전체를 모아 디지털화하여 병풍에 담은 「백진복도」(2021)는 독보적인 스케일을 자랑하며, 권 화백의 작품세계를 한 눈에 담을 수 있다.
예술을 넘어 문화유산으로, 공유의 가치
권 화백은 기증을 결심하게 된 배경으로 국립박물관 중에서도 국립대구박물관이 복식문화에 대한 연구와 전시에 꾸준히 힘써온 점을 높이 평가했다고 밝혔다. 또한 본인의 그림 제작에 참고한 자료 중 일부는 국립대구박물관 소장품이었다는 점도 언급하였다.
기증된 작품은 향후 보존 상태를 점검한 뒤 국립대구박물관 소장품으로 등록 절차를 거칠 예정이다. 권 화백의 기증품은 2026년 특별전을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이번 기증은 평생 우리 옷과 인물을 그려온 예술가의 열정이 모두의 문화유산으로 승화되는 숭고한 실천으로 기억될 것이다.